설명용 일러스트: 같은 카드가 쌓인 컨베이어 벨트 옆에서 펜을 든 손

채널 여섯 개를 AI에게 맡겼습니다

요즘 어디를 봐도 AI 자동화 얘기가 넘쳐납니다. 글도 영상도 AI가 알아서 만들어 올려 준다는 말을 하도 많이 듣다 보니, 저도 한번 해 볼까 하는 마음이 컸어요. 본업이 따로 있어서 마케팅에 쓸 시간이 늘 모자랐던 것도 있고요. 그래서 아예 AI에게 통째로 맡기기로 했습니다. 인스타그램, 스레드, 유튜브, 네이버 블로그, 페이스북, 사이트까지 여섯 군데에 일주일 치 글과 영상을 한 번에 만들어 예약까지 걸어 두는 방식이었습니다. 기획은 Claude와 하고, 만들고 올리는 일은 코덱스가 맡았죠. 한 주에 20편이 넘게 나갔습니다.

처음 계획은 단순했습니다. 한 번 틀만 잘 짜 두면 그다음부터는 사람이 손댈 일이 없을 거라고 봤어요.

중간에 열어 보면 늘 엉뚱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막상 돌려 보니 손이 정말 많이 갔습니다. 중간에 한 번씩 열어 보면 꼭 이상한 게 하나씩 있었거든요. 카드뉴스 구석에 굳이 'AI 음성'이라는 글자가 박혀 있었고, 쇼츠 자막은 유튜브 화면 버튼에 가려서 아예 안 보였습니다. 남의 이야기를 하듯 3인칭으로 쓴 설명글도 있었고요.

그때마다 고칠 점을 지침에 적어 넣고 다시 돌렸습니다. 그런데 다시 돌리면 다른 데서 또 문제가 나왔어요. 했던 걸 또 돌리고, 또 고치고. 이걸 반복하는 사이에 하루 만에 일주일 치 사용량이 사라진 날도 있었습니다. 5주를 돌아보면 제일 아까운 건 돈보다 시간이었어요. 이름은 자동화였는데 실제로는 제가 계속 붙어 있어야 했으니까요.

5주 뒤 숫자를 보고 멈췄습니다

설명용 도식: 남긴 채널 3개와 보류한 채널 3개
설명용 도식: 5주간 채널별 조회와 사이트 주간 방문 숫자

5주가 지나고 채널별 숫자를 모아 봤습니다. 유튜브 쇼츠는 1,000회를 넘긴 영상이 세 편 나왔고, 스레드는 잘된 글이 369회까지 나왔습니다. 반응이 있었던 건 이 두 곳뿐이었어요. 인스타그램 카드뉴스는 조회가 0인 게시물까지 나왔고, 사이트 주간 방문자는 74명에서 35명으로 오히려 줄었습니다.

숫자를 보고 나서 원인이 보였습니다. 무엇이 먹히는지 찾기도 전에 대량으로 찍어 내는 공장부터 지은 거였어요. 팔로워가 거의 없는 계정 여섯 개에 글을 나눠 뿌리니 어느 한 곳도 제대로 크지 않았고요.

그리고 하나가 분명해졌습니다. 조회수를 끌어모으는 게 목적이라면 자동화도 방법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브랜드를 키우려는 사람이라면 콘텐츠 만드는 일까지 자동화하는 건 안 하는 게 낫다고 봅니다. 글과 영상은 많이 나가는데 그 안에 제 목소리가 없으니, 누구도 저를 기억하지 않더라고요.

지금은 이렇게 바꿨습니다

채널은 반응이 있었던 스레드, 유튜브 쇼츠, 사이트 셋만 남겼습니다. 스레드는 이제 제가 직접 씁니다. AI는 지금까지 반응이 좋았던 글을 보고 소재만 골라 줘요. 코덱스는 글을 쓰지 않고 올리는 일과 숫자 세는 일만 합니다. 이렇게 4주를 돌린 뒤 다시 숫자를 보고 판단하려고 해요.

그래서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다시 사람 손으로 가져왔습니다. AI에게 남긴 건 예약을 걸고 숫자를 세는 것처럼, 누가 해도 결과가 같은 일뿐이에요. 무엇을 말할지는 제가 정하고, 반복되는 잔일만 맡기는 거죠.

오늘 해 보실 수 있는 한 가지

마케팅 자동화를 고민 중이시라면, 도구를 고르기 전에 이것부터 나눠 보세요. 내가 하는 마케팅 일 중에 "내 목소리가 들어가야 하는 일"과 "누가 해도 똑같은 일". 자동화는 뒤쪽에만 쓰셔도 충분합니다. 앞쪽까지 넘기면 일은 줄어도 브랜드는 크지 않더라고요.

출처

  • 숫자는 후아공 운영 기록 기준입니다(사이트 방문자: 10/10~15 대비 10/17~22).